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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걸림돌이냐 디딤돌이냐

기사승인 2020.09.23  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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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하 목사/증경평양노회장·예수사랑교회

▲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성경을 읽어보라, 성경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철저하게 실패한 사람들이 하나님을 의지하여 다시 일어난 역전의 드라마들이 기록되어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하나님은 실패한 사람들을 만나 주신다. 그렇다면 실패하라, 더 많이 실패하라. 실패하면 할수록 하나님 앞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서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베드로를 생각할 수 있다. 베드로는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어느 날 그는 밤새워 그물을 던졌지만 신기하게도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채 망가진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실패한 사람이 허망한 빈 배로 새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아침에 예수님과 수많은 군중들이 그 갈릴리 호숫가를 찾아온 것이었다. 참으로 공교로운 순간이었다.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째 만나는 만남이었다. 첫 번째는 장모의 열병으로 전전긍긍할 때 예수께서 오셔서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셨을 때였고, 두 번째는 형제 안드레의 전도로 따라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였다. 그리고 세 번째의 만남은 쑥스럽게도 노련한 어부가 밤새도록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실패한 때였던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당시 갈릴리 호숫가에는 약 200여척의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많은 배들 중에서 하필이면 고기 한 마리 없는 빈 배를 찾으신 것이었다.

예수님은 실패자를 찾아 만나 주신다. 성공했다는 사람, 스스로 설 수 있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빈 배 같은 사람 모든 것 다 잃어버리고 허무한 인생 속에 들어오신다.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에게서 눈길을 돌리지만 예수님은 실패한 사람을 찾아 만나 주신다. 잘 나갈 때는 뻔질나게 찾아오고, 선물 꾸러미를 보내고 화환과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기울고, 저물고, 가능성이 없어지면 모두 다 등을 돌려버린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부부터, 은행 채권단, 공무원들까지 모두가 등을 돌려 버린다. 참으로 비정한 세상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버림받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주셨듯이 실패한 사람들을 외면치 않으시고 만나주셨다.

예수께서는 낙심한 베드로의 배에 오르셔서 말씀을 전하신 후에 “깊은 곳에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셨다. 어이없게도 목수의 아들이 바닷가에서 잔뼈가 굵은 어부 베드로에게 고기 잡는 법을 한 수 가르쳐 주신 것이다. 베드로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었지만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을 던졌다. 그 순간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를 건지게 되었다. 두 배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 장면을 목격했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화들짝 놀랐고, 감동의 순간을 간직하려 했을 것이다.

여러분 실패했는가? 그 실패는 예수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실패를 통해 예수의 제자가 되었던 베드로는 말끝마다 예수님과 생사를 같이 하겠다고 장담하며 예수를 열심히 따라다녀 수제자의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예수께서 잡히시던 수난의 밤에는 어린 소녀 앞에서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고, 저주까지 하는 배신자가 되고 말았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시던 날에는 베드로는 그 십자가 현장을 피해 어딘가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제 살길을 찾아 제 길을 간 사람이었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아먹었다고 하지만 베드로도 다를 것이 무엇이었는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는 가장 먼저 창고 문을 열고 그물을 찾아 고기 잡으러 간 사람이 그였다. 다른 제자들 앞서 선동하며 바닷가로 나간 사람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주님을 만났던 그 갈릴리 바닷가에서 또 다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던 것이다. 3년 전처럼 또 다시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하고 있을 때에 주님이 등장하신 것이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오른 편에 그물을 던져라” 그 말씀을 의지하여 낚아 올린 고기가 153마리였다. 베드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현 듯 3년 전 사건이 생각났다.

공교롭게도 베드로는 실패의 순간마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고기 잡는 일로 재기의 기회를 삼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실패했다고, 넘어졌다고 포기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그 실패의 때에 찾아와 만나주시고 새로운 힘과 사명과 용기를 주어 일으켜 주시는 분이시다. 베드로의 첫 번째 고기잡이가 1막 이었다면 3년 후 두 번째 고기잡이는 2막에 해당할 것이다.

1막에 실패했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시는 약점을 가지고 계신다. 1막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처절하게 무너졌다고 할지라도 2막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베드로가 2막 이후 탁월한 초대교회의 지도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실패를 디딤돌 삼아 위로 도약하면 되는 것이다. 같은 실패도 걸림돌이 되어 넘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실패를 디딤돌 삼아 위로 솟구쳐 오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2020년 참 힘든 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도, 안보도, 수출도, 부동산도, 정치도, 문화도... 그러나 주님은 인생 2막의 주연으로 찾아오셔서 우리에게 다시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주실 것이다.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akib@daum.net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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