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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그루터기 은혜

기사승인 2020.10.21  08: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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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하 목사/증경평양노회장·예수사랑교회

▲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수백 년 된 고목을 잘라버리고 남은 밑둥치를 가리켜 그루터기라고 한다. 그런데 다 죽은 것 같은 그루터기에서 새 싹이 나고 움이 돋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볼 때 다 죽은 것 같고, 망한 것 같은 때가 있었는데 하나님이 베푸시는 그루터기의 은혜로 소생했을 뿐 아니라 오늘 날 번영의 꽃을 피우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 그러니까 복음이 조선에 첫발을 내딛을 무렵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 중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1868년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급부상하면서 조선은 청나라와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마치 고래들 사이에 끼인 새우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조선은 1876년 일본과 맺은 강화도 조약으로 더욱 더 외세에 휘둘리며 급속히 쇠퇴하였다.

주변에서는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청나라와 일본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두 나라 중 누가 조선의 지배권을 가질 것인가를 놓고 두 나라는 1894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일본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이로써 일본의 국제적 위치는 견고해졌고 승리한 일본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견제할 세력은 러시아만 남게 되었는데 당시 왕실의 명성황후는 그런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명성황후를 일본이 그대로 둘 리 만무했다. 그들의 눈에 명성황후는 눈에 가시였고 늙은 여우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여우사냥을 통해 러시아의 접근 통로를 차단하기로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실행했다. 이것이 1895년 10월에 일어난 국모시해사건이었다. 일본은 먼저 고종을 협박하여 왕비폐출을 강요했으나 고종이 거부하자 왕비 숙소로 자객을 보내어 한 밤중에 왕비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석유를 뿌려 태운 후 뒷산 숲속에 묻어버렸다. 이렇게 우리의 국모는 비참하고 처참하게 죽어갔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2월 11일 심야에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을 갔다. 아관파천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고종이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제어해 보려고 시도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고종의 기대와는 달리 일본과 러시아는 점점 가까워졌다. 하는 수 없이 고종은 이듬해 2월 20일 꼭 1년 만에 환궁하였고, 10월에는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하게 되었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후 506년 동안 불려오던 조선이라는 국호를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쓰게 되었는데 새로운 이름 ‘대한’은 마한 진한 변한 등 삼한을 통합하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일본은 1902년 영국과 영일동맹을 맺게 되는데 이것은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 일로 일본은 러시아와 자주 충돌했고 1904년 2월,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러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승리로 기울었다. 1905년 7월에는 미국이 일본과 가쓰라-태프트협약을 체결하며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을 미국도 승인하였고 영국도 제2차 영일동맹을 통하여 조선 지배를 승인하였으니 결국 일본의 조선침략 및 식민지화 정책은 국제적으로 공식 승인된 것이 되고 말았다.

두 달 후인 1905년 11월 일본은 강제적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우리나라에 통감부를 설치하며 내정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조선 군대는 해산되었고, 형체만 남겨놓은 대한 제국은 1910년 8월 22일 “한일합병조약”을 강요당함으로 마침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5,000년의 끈질긴 역사를 이어왔던 대한제국은 허무하게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으니 참으로 침통하고,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량했던 이 민족에게 이렇게 조그만 불씨마저 모두 꺼져버리고 아무런 대안이 없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나 다 망하고, 죽은 것 같은 이 나라를 위해 하나님은 그루터기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니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민족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만들어 주셨고, 역사에 유래가 없는 교회 부흥시대를 경험하게 하셨다. 그렇다 그루터기의 은혜라도 어딘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하나님의 전에서 자유로이 예배드리는 일은 중지되었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는 희한한 방역수칙에 발이 묶여 근 9달 동안이나 성도들의 모이는 것도 멈춰진 상태가 아닌가. 그나마 이 전쟁 같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언제 끝날는지 기약조차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바라기는 이 민족을 불쌍히 여기셔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신비하고 놀라운 그루터기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면 좋겠다.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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