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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기사승인 2020.11.25  09: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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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하 목사/정년연구위원장·증경평양노회장·예수사랑교회

▲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존경을 받는 중국 정치인이 있다. 저우언라이 총리이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일도 이룰 수 있다”였다. 그는 수하의 비서와 수행원들에게 언제나 세심한 면까지 신경을 써야 큰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아마도, 그럴걸요, 그럴까요?”였다고 한다.

한번은 베이징 호텔에서 손님초청 만찬이 있었는데 준비 상황을 보고받던 그가 이렇게 물었다.

“오늘 저녁 딤섬에는 어떤 소가 들어가는가?”

“아마 해산물이 들어갈 것입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호통을 쳤다.

“아마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렇단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만약 외빈 중에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라도 생긴다면 누가 책임을 질건가?”

저우언라이 총리가 보통 만찬 준비를 위해 주방을 찾았을 때 마다 하는 요구가 있었다.

“주방장 국수 한 그릇 말아주게”였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몹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총리 각하 잠시 후면 연회 음식을 드실 텐데 국수는 왜 찾으십니까?”

“귀한 손님을 불러놓고 내가 배고프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내가 먹는데 급급할 것 아닌가?”

자신은 미리 국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실제 연회에 나가서는 먹는 시늉만 하면서 손님의 식사를 정성껏 챙겨주려는 배려였던 것이다.

과거 닉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방문 셋째 날, 베이징에 눈이 제법 내렸다.

그 날 저녁 일정은 탁구 경기 관람이었다. 그런데 탁구 경기 도중에 저우언라이 총리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돌아온 총리에게 어디에 다녀왔느냐고 닉슨이 물었다. 총리는 다음 날 일정인 만리장성 관람을 위해 가는 길에 쌓인 눈을 미리 치워놓도록 지시하고 왔노라고 대답했다. 닉슨은 저우언라이 총리야말로 아무리 큰일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으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직접 가꾸면서도 숲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줄 아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1961년 4월 12일에는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4.75톤의 보스토크 1호를 타고 89분간 우주를 비행한 날이다. 가가린은 세계최초로 우주비행의 테이프를 끊은 사람이었다. 당시 가가린은 19명의 지원자와 경합을 벌인 끝에 선발되었는데 그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우주비행사를 최종 결정하기 1주일 전 20명의 지원자가 비행선인 보스토크 1호에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지원자들은 그냥 신발을 신은 채 우주선에 올랐다. 그러나 가가린은 달랐다. 그는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우주선에 오른 것이었다. 가가린의 이런 행동이 설계사의 눈에 띄었고 27세의 가가린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우주선을 진심으로 아끼는 것을 보고 그를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1998년 미국의 <뉴욕타임즈>에서는 지난 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몽골의 칭기즈칸을 선정했다. 칭기즈칸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하면서 동서양 문명의 교류를 이끌어낸 정복 왕이었다. 칭기즈칸은 백만 명의 몽골족을 이끌고 아시아와 유럽을 누비며 1억 5천 만 명 이상의 세계를 통치하는 기적 같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 칭기즈칸이 토해냈던 절규들을 들어보자.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살아남았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마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가 없었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가도 살아났다. 나를 해치는 가장 큰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흔히 왜 나에게는 큰일을 맡겨 주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이들이 있다. 작은 일은 하찮게 여기고, 남들이 하는 큰일을 맡겨주면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나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작은 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큰일을 맡겨 봐도 별 신통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복도에 떨어져 있는 휴지 한 장, 복사기에서 나오는 용지 한 장, 덩그러니 켜져 있는 전구 하나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다면 그 사람에게는 절대로 중요한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나누어 주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 선교를 이야기할 그릇이 되겠는가? 작은 일에 진액을 쏟으며 최선을 다하여 충성하는 사람이야말로 큰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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