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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말의 품격

기사승인 2021.09.30  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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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이청득심.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게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과언무환.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게 침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언위심성.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언담담. 큰 말은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말의 품격>에 나오는 글귀다.

말로 인한 소음 공해 속에 살아간다. 어느 철학자는 21세기 시대적 질병이 ‘정신질환’이라 했다. 작가 이귀주는 작금 우리 시대의 시대적 질병이 ‘지적(指摘) 과잉시대’라 했다. 악플, 뒷담화, 쓴 소리가 우리 사회 속에서 심각한 병적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게 지적이 넘쳐 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가정과 교회와 학교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공동체가 이 지적과잉으로 고통스럽다. 품격 없는 말로 병들고 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말로 인해 죽고, 말로 인해 산다. 말은 인격이요 곧 그 사람이다. 나의 현재는 과거 내 입에서 나온 말의 열매다. 이에 성경은 무엇보다 말조심하라고 한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라. 혀의 재갈을 물릴 줄 아는 것이 경건이다. 말에 실수 없는 자가 선생이요 온전한 자다. 혀는 쉬지 아니하는 독이요 악이다.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온다. 예수님도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말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 열매로 나무를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열매로 미래까지 예측 가능하다.

▲ 옥광석 목사

우리 사회는 말이 너무 많다. 과하다. 과잉이다. 홍수다. 말이 말은 낳는다. 말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명의 말보다 죽이는 말이 많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병들었다. 사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회는 어떠한가? 강단의 말은 어떠한가? 설교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설교의 권위가 떨어진지 한참 되었다. 유희요 연예프로 한 장르로 전락했다. 설교 프로가 되었다. 전하는 자나 듣는 자도 진지함이 없다. 청중과 독자에만 관심이 있다. 조회 수만 늘면 그만이다. 그렇게 설교는 희화화 되었다. 너무 지나친가? 설교도 길고, 말이 많다. 기도도 요란하다. 간단명료하면 좋겠다. 짧게 해도 될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교회 안에서 먼저 말의 품격이 만들어져야 한다. 죽이는 말이 아니라 살리는 말, 부정이 아닌 믿음과 긍정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목사의 말 품격, 장로의 말 품격, 성도의 말 품격이 고상해야 한다. 설교도 기도도 모두 말이다. 각종 회의도 모두 말이다. 교육도 훈련도 전도도 모두 말이다. 말의 품격이 있는지, 그 말로 삶이 변화되고, 세상에 감동을 주고 있는지. 말을 줄일 필요가 있다. 말이 많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말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말이 식상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하고 독서해야 한다. 가능한 정제된 말,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말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말을 하면 최고다.

깊은 우물에서 나오는 샘이 깊은 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 쌓이고 싸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내가 하는 말에서 뿜어 나온다.’ 작가 이귀주의 말이다. 잘 듣자. 말 줄이자. 말로 향기를 뿜어내자. 큰 말, 감동을 주는 말 하자.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마 15:11).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 15:18) 마음에 가득한 것은 입으로 말한다. (마 12:34)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낸다.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낸다. (눅 6:45)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자. 마음에 선을 많이 쌓자. 교회여, 말의 품격을 되찾자.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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