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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기사승인 2021.12.01  11: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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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하 목사/前 정년연구위원장·서북협상임회장·총동창회수석부회장

▲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이탈리아에는 카사노바라고 하는 바람둥이가 있었다. 카사노바는 30년 동안 122명의 여자를 만났다. 후작 부인도 만났고 자매를 동시에 사귀거나 수녀와 애정 행각을 벌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친딸에게 청혼을 한 적도 있었다. 결혼 허락을 받기위해 여자의 부모를 찾아갔는데 그 여인의 엄마가 한 때 카사노바의 애인이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엄마의 친딸이었으니 자기의 딸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바람둥이, 난봉꾼, 호색가, 한량, 유랑 백수 라고 불렸다.

그러나 카사노바는 마냥 여자의 꽁무니만 쫓아 다녔던 녀석은 아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었었다. 그는 18살 때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5개국 언어를 구사했을 뿐 아니라 문학, 자연과학,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학교에서는 더 가르칠 게 없다 고 할 정도였다. 당시에 신분 상승의 유일한 방법은 ‘교회의 사제’가 되거나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사제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사제 입문 1년 만에 신학 강의를 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졌다. 그러나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두 자매를 동시에 탐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카사노바는 쾌락에 눈을 떴다.

그는 다양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사교계의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1775년 종교재판에 회부되었으니 죄명은 ‘문란한 사생활’이었다. 그로인해 악명 높은 ‘피온비’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곳은 수감자를 무거운 납판으로 눌러놓는 끔찍한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1년 만에 탈옥에 성공한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가둘 때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듯이 나도 자유를 찾아 떠나면서 당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겠소” 탈옥하면서 남긴 유명한 메모 글귀였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에서 루이 15세를 만나 ‘왕실의 재정난 해소’ 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고 복권 사업을 추진하여 200만 프랑의 수익을 왕실에 벌어주었다. 카사노바는 또한 모차르트의 친구였다. 프라하에 있는 모차르트 박물관에는 카사노바의 그림이 지금도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또한 뛰어난 작가였다.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인 ‘20일의 이야기’가 카사노바의 작품이었으며 그 외에도 그는 40권의 책을 썼다. 러시아에서는 여왕의 초상화를 그려주었고 폴란드 왕과는 정치 문제를 논했고 프랑스에선 철학자 볼테르와 논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직업만 해도 수십 개였는데 그를 바람둥이로만 기억한다니 그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주변과 후대의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남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말해주고 마침내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 과연 카사노바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이나 능력이나 학식이나 미모나 재력을 자랑한다.(삼상 17:4~7)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에서 싸움을 돋우는 자가 왔는데 그의 이름은 골리앗이요 가드 사람이라. 그의 키는 여섯 규빗 한 뼘이요 머리에는 놋 투구를 썼고, 몸에는 비늘 갑옷을 입었으니, 그 갑옷의 무게가 놋 오천 세겔이며, 그의 다리에는 놋 각반을 쳤고, 어깨 사이에는 놋 단창을 메었으니, 그 창 자루는 베틀 채 같고, 창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방패든 자가 앞서 행하더라”

블레셋이 자랑했던 거인 장수 골리앗의 모습이었다. 골리앗은 이런 전신갑주를 자랑했다. 그와 맞서 싸우겠다고 나설 간 큰 도전자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외모만으로도 이미 적들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전의를 상실했다. 그러나 골리앗은 17세 어린 소년 다윗이 던진 물맷돌을 맞고 쓰러져 허무하게도 다윗에게 목 잘려 죽었다.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들은 사실 부질없는 것이다. 하나님이 한 번 손을 드시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날아갈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 자신의 약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고후11:30)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누구나 자신의 강점을 자랑하려 하지만 사도 바울은 자신의 약한 것을 자랑한다고 했다. 사실 바울은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고 능력을 구비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분토처럼, 배설물처럼 버리고 오히려 자신의 약한 것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약하여 쓰러질 때 강하고 능하신 주님은 나를 도와주실 것이며 내가 낙심하고 주저앉았을 때 강하신 주님은 나의 어깨를 만져주시며 힘을 주실 것이다. 내가 원치 않는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에는 만병의 의사되시는 여호와 그 분께서는 우리의 약한 육체를 어루만져 주시며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 고쳐주실 것이다.(고후12:9)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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