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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리베르타스, libertas

기사승인 2021.12.30  11: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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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랄프 월도 에머슨은 말한다. “밭을 가는 것과, 항해를 하는 것과, 토지와 생명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만일 자유가 없다면.” 올 한해가 하루 남았다. 작년 이 맘 때 자가 격리 중이었다. 답답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14일간 갇혀 살았다. 독방의 체험이랄까. 세 끼는 잘 먹었다. 아내의 수고와 헌신 덕분이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속히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생각뿐. 그러다가 해제가 되어 밖으로 나갔더니 공기가 상쾌했다. 찬바람과 눈도 좋았다. 강추위도 좋았다. 자동차 배터리가 추위로 방전된 것도 좋았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보통 땐 잘 모른다. 자유가 좋은지, 축복인지 모른다. 갇혀 봐야 안다. 일상이 귀한지 평소에는 잘 모른다. 없어 봐야, 잃어 봐야 안다. 무엇이 지혜인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는 것이다. 일상과 평범이 정말 축복임을 깨닫고 사는 것이다.

또 14일간 격리된다면 지난번 보다 더 힘들 것 같다. 자유가 없으니. 두 주간 자가 격리 중인 분에게 위로 차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다운되었다. 힘들다고. 답답하다고. 창문도 없다고. 감방에 갇힌 것 같다고.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목사님, 나왔습니다. 자기 격리 끝났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밝고 활기차고 좋다. 자유는 이렇게 좋은 것이다. 최근에 2년간 감옥생활한 분과 서신을 자주 교환했다. 사업하다가 큰 어려움을 당했다. 감옥에 갇힌 이들의 아픔과 고뇌를 알 수 있었다. 출소했다. 연락이 왔다. 너무 좋고 감사하단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 자유는 그렇게 좋은 것이다. 집에 갇혀 지내다가 교회만 와도 좋다. 자유. 리베르타스.

▲ 2014년 2월,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코로나다. 오미크론이다. 부스터 샷이다. 온통 세상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단어들이 빠지면 대화가 안 될 정도다. 언론도 방송도 마찬가지다. 온 세상이 이 단어들로 난타를 당한다. 왜 사람들이 이것들 때문에 힘들어 할까? 자유의 상실이다. 자유의 구속과 속박 때문이다. 출입이 부자연스러워서다. 자유로운 이동의 제약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해외여행을 많이 갔을 것이다. 뉴스에서는 공항의 많은 인파를 보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텅 빈 공항의 모습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 중이다. 만남과 각종 행사의 규제가 많다. 동선이 노출되어 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다 노출되어 있다. 핸드폰 번호 추적하면 다 나온다.

지난주에 이런 문자가 왔다. 한 주전 방문한 장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그와 동선이 같다면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깜짝 놀랐다. 현대 기술의 발전에. 그렇게 투명인간이 되고 있다. 웬만하면 다 노출된다. 마음만 먹으면 통화내역도 알 수 있다. 투명 사회에 살고 있다. 좋지만 무서운 세상이다. 빅 데이터가 곧 권력이다. 신기하지만 무섭다. 사방이 카메라다. CCTV천국이다. 감시받고 있다. 안전을 위해 좋지만 개인 사생활은 드러난다. 그러니 어떤가? 바르고 정직하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 아닐까? 요셉처럼. 목회가 힘들 때 부암동 윤동주 문화관을 자주 들렀다. 언덕에 올라 그의 <서시>를 감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겠다고. 고난이 닥쳐와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답답함과 억눌림도 사라질 것이라고. 무엇보다 자유에 감사하며. 그 주변 산을 참 많이도 걷고 올랐다. 자유롭게. 자유가 좋다. 올해가 하루 남았다. 무엇이 감사고, 은혜인가? 자유다. 빼앗지 못할 자유.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자유. 빼앗을 수 없는 자유. 이 자유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새해에 자유를 주실 그분께 감사하다. 평생 자유가 지속되길. 그 자유가 평생 지속되길. 코로나도 뺏을 수 없는 자유. 그분께 간절히 기도드린다. 자유여, 영원 하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베리타스 보스 리베라비트. (요 8:32)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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