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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강지 예찬

기사승인 2022.08.11  0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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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어느 지인에게 강지(강아지의 애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은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왔다. 몸이 아프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그런데 강지도 몸이 안 좋단다. 죽을 때가 되어서. 수의사는 얼마 살지 못한단다. 문제는 견주의 딸이 외국에서 공부 중인데 강지가 보고 싶다며 올 때까지 꼭 살려 두란다. 몇 개월 후에는 한국에 올 수 있다고. 간곡한 딸의 요청에 엄마는 강지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이유식과 건강식을 먹이면서. 강지에게 가족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이 말을 듣고 견주가 대단하게 여겨졌다. 자기도 몸이 안 좋은데 다 죽어가는 강지를 매일 돌보며 산다는 그 이야기. 하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강지 주인 정말 잘 만났다. 병원 못 가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개가 주인 잘 만나 팔자 좋다. 강지가 얼마나 좋았으면 이랬을까.

나도 마찬가지다. 강지에게 받는 사랑이 많다. 키우는 것이 힘들고 번거롭다. 돈과 정성이 든다. 귀찮을 때도 있다. 처분해 버리고 싶은 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강지가 그 이상을 한다. 12년간 강지는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해주었다. 가족들이 바빠서 반겨주지 못하는 날에도 강지는 항상 반겨 주었다. 큰 위로다. 하루의 고단함과 피로감이 사라진다. 함께 놀아 주면 즐겁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 들어 여기저기 아프다. 약도 먹는다. 이빨이 썩고, 백내장이다. 작은누이와 엄마가 키우는 강지는 더 약하다. 18세다. 암에 걸렸다. 꼬리에 문제가 생겼다. 잘 낫지 않는다. 상처 난 꼬리를 계속 깨문다. 치매 끼도 있단다. 부모님에게 더없는 기쁨이 된 강지였다. 이번 휴가 중 고향에서 만났는데 힘이 없고 잠만 잔다. 휘청휘청 걷는다. 발랄함, 상냥함, 총명함이 사라졌다. 죽을 때가 되었나 싶었다. 작은누이는 죽으면 화장하여 뼈를 부모님 무덤 주변에 뿌려주고 싶단다.

▲ 옥광석 목사가 키우는 강지

TV를 보면 견주들이 강지를 데리고 백화점에 마실 나온 광경을 간혹 본다. 볼 때마다 부러웠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강지의 마실이 허락된 대형 백화점이 있단다. 휴가 중 어느 날, 강지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그곳에 가야겠다는 맘을 먹었다. 버킷 리스트였다. 로망이었다. 12년을 데리고 살면서 휴가 한번 데리고 가지 못했다. 드디어 강지를 데리고 백화점에 마실 나갔다. 세 자녀를 위해 큰 위안이 되어준 강지를 데리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인간 세상의 초대형 백화점. 강지의 친구들도 많다. 좋아서 야단이다.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평소 사교성이 없어 친구들을 보고 짖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강지에게 최고의 날이었다. 다시 가자고 한다. 요즘 눈빛이 그렇다. 백화점 마실을 마친 날 강지는 너무 행복했다. 하루 마실이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다. 그 모습이 평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가족을 위해 평생 섬기고 봉사한 강지, 기쁨이 되어준 강지, 말없이 순종한 강지, 주인의 하소연까지 말없이 들어준 강지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그래 결심했다. 죽을 때까지 지켜 주리라. 장례까지 치러주리라. 어느 권사님은 장례비용이 200만 원이 들었단다. 암 수술비는 100만 원이 들었단다. 어떻게 생각하면 희한하다. 하지만 이해도 된다. 강지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강지처럼 주님의 기쁨이 되고 싶다.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싶다.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복 주시고 싶은 그런 사람 말이다. 지나친 비유인가. 그 중심만 이해하면 좋겠다. 강지야 사랑한다. 고맙다. 강지처럼 주인에게 칭송받으며 살아야지. 강치처럼 주인만 쳐다보고 살련다. (마 15:25~28)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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