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총회목양아카데미 위원·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새로남교회에서 | 총회목양아카데미 위원 옥광석 목사(동도교회, 좌측), 총회장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중앙), 구인본 목사(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우측) |
최근 미국을 방문 했을 때, 어느 목사님이 설교를 부탁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이 섬기는 교회는 수가 적다고 미안해하셨다.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주일날 예배당으로 갔다. 이미 오전 9시에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이 건물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교회는 11시부터 이 건물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주중 새벽기도회와 수요, 금요 기도회도 드린다고. 예배가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10명이 참석하였다. 순서에 은혜를 받았다. 목사님은 나를 과분하게 소개하셨다. 최선을 다해 설교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 교제를 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계속해서 교인이 적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 2024년 동도교회 천마산기도원 8.15 기념대성회 강사진 |
나는 괜찮다고. 큰 교회, 작은 교회가 어디 있냐고. 모든 교회가 큰 교회요, 주님의 교회라고. 주님의 영광이 머무는 교회라고 말씀드렸다. 본인은 남은 목회하는 동안 30명 교인이 목표라고. 30명이 참석하는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다. 집으로 오는데 마음이 슬펐다. 비가 내렸다. 숫자에 신경 쓴 목사님이 안쓰러웠다. 모든 목회자가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도 세속화되어 세상처럼 숫자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슬펐다. 어쩌면 이렇게 수가 적은 교회에서 소명감을 가지고 신실하게 목회하는 것이 더 대단해 보였다. 영광도 없다. 수고뿐이다. 그런데도 몇 안 되는 성도를 끌어안고 목회하는 그분이 내 눈에는 더 귀하고 대단해 보였다. 나라면 아마 목회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믿음이 없기에 아마 주님께서 숫자가 조금 더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하게 하신 줄도 모를 일이다. 난 그분이 귀하고 대단해 보였다.
▲ 뉴욕 맨하탄 / 사진: 옥광석 목사 |
어느 유명한 목사님이 청빙을 받아 목회를 시작하였다. 힘든 교회였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금방 교회가 성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0년이 흘렀다. 작은 교회에서 계속 목회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규모가 꽤 큰 교회에서 청빙 제안이 왔다. 명문대 출신에다 교수였다. 교회만 옮기면 목회가 탄탄대로로 뻗어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승낙하지 않고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였다. 그런데 기도하는 순간에 나름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모든 교회는 그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가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그는 청빙 제안을 거절하였다. 비록 수가 적지만 이 교회에서 계속 사역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이 교회에서 은퇴하고 원로 목사로 추대되었다.
▲ 운무에 쌓인 시카고 도심 / 사진: 옥광석 목사 |
한국 교회는 너무 숫자에 매몰되어 있다. 교인 수의 영역은 오직 주님의 몫이다. 많이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고, 적게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다. 교인 수가 많은 교회 목회자도 귀하고 또한 교인 수가 적은 교회 목회자도 귀하다. 주님 안에서 수가 큰 교회, 적은 교회는 없다.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다. 그분의 영광이 머무는 곳이다. 그러기에 교회가 상가에 있던 운동장과 같은 건물로 세워졌던 상관없다. 다 주님 앞에 동일하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교인 숫자가 적다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자. 교인 수가 많다는 우월감에서 벗어나자. 모든 교회가 수에 상관없이 귀한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수에 상관없이 모두가 주님 앞에 귀하다.
▲ 시카고 도심 호수변 일출 / 사진: 옥광석목사 |
교인 수가 많다고 그 교회 목사가 유능하다든지 높지 않다. 교인 수가 적다고 그 교회 목사가 무능하다든지 낮지 않다. 목사는 모두 영광스럽다. 주님 때문에 부름을 받아 양무리를 치는 주님의 종이기에 영광스럽다. 게다가 설교까지 하니 더욱 영광스럽다. 그러기에 모두가 동등하다. 숫자에 매몰되어 있다면 깨어나야 한다. 숫자 때문에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 시카고 도심 남쪽 / 사진: 옥광석 목사 |
목사직과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긴다는 것 자체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숫자는 한순간이다. 누가 큰 목사인지는 주님만 아신다. 주님의 마음에 합한 목회를 하고, 주님에 마음에 합한 목회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회는 그 이름 자체로 영광스럽다. 주님의 임재가 머무는 영광스러운 곳이다. 주님의 소유다. 교회는 그 자체로 영광스럽다. 위대하다. 그러니 그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는 얼마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지 모른다.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