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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아들은 웃는다

기사승인 2022.05.05  0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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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가정의 달이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2017년 7월 14일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안에 아들이 있고, 아들 안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다. 아버지를 떼어 놓고 아들을 논할 수 없다. 아들을 떼어 놓고 아버지 역시 논할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추억들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탁구다. 월요일이면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탁구장에 갔다. 탁구장에는 목사님들이 많이 와 계셨다. 한 주간의 모든 스트레스를 탁구장에서 푸셨다. 아버지는 동료들과 종일 탁구를 하셨다. 나도 옆에서 처음 탁구채를 잡아 보았다. 그렇게 탁구에 입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탁구보다 점심때 먹은 자장면이 더 맛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간 기억이 있다. 탁구장에 가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섬 출신이다. 섬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 하셨다. 할아버지가 막내니 소나 키우고 농사일이나 하라고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몰래 새벽에 집을 나왔다. 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와 자수성가하였다. 대학과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다. 전액 장학생으로 유학 갈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가난한 동네 농막 교회 담임으로 부임하여 이곳에서 은퇴하였다. 힘겨운 목회 환경이었지만 성공적인 목회였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많다. 참 많다. 인생의 스승이자, 신앙의 스승이셨다. 훗날 아들도 목사가 되었으니 목회 스승이었다. 그분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성격은 매우 달랐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좋은 것만 배우려고 했다. 간혹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이삭처럼 아버지에게 순종하려고 힘썼다.

아버지의 기쁨이 되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목회 실패로 아버지를 슬프게 해드린 적도 있었다. 미국서 힘겨워하고 있을 당시,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위로를 주셨다. 은퇴한 아버지는 암 수술도 하셨다. 체중이 15킬로나 빠졌다. 아들이 서울로 와서 목회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셨다. 천마산기도원에 오셔서 한 달간 기도하시다가 가셨다. 너무 행복하고, 좋다고 하셨다. 집회 강사로도 모셨다. 야윈 아버지의 모습에 집회 기간 내내 마음 아팠다. 걷는 것도 힘이 드신 아버지. 늙어가셨다. 그러다가 아들을 놔두고 먼저 천국 이민 가셨다. 임종 전 아버지와의 대화를 잊을 수 없다.

▲ 김병욱·송명덕·김은각·최종천·권순직·서문강·옥광석·최범규 목사(좌측부터)

요즘 동료들과 가끔 탁구를 한다. 탁구채를 놓은 지 수 십 년이 되었는데 탁구를 하게 되었다. 탁구를 하니 참 좋다.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관리에 참 좋다. 돈도 들지 않고 탁구채 하나만 있으면 된다. 친구 목사님 교회에 탁구장 시설이 있어 그곳에서 운동한다. 그러다가 평생 처음 탁구복을 사서 입었다. 친구들이 반바지도 사란다. 그래야 보기에 좋다고. 거금 32,000원을 투자하여 반바지도 구매했다. 아내도 남편의 끈질긴 요청으로 탁구 하기로 했다.

시카고에서 가끔 월요일이면 골프채를 잡았다. 미국서 골프는 대중 스포츠다. 미국 중서부는 더욱 그렇다. 신실한 기독 남성들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과 골프다. 노인 분들도 하는 운동이다. 한국의 조기 축구나 다름없다. 장로님들에게 골프를 배웠다. 매주 월요일이면 친구 목사들이나 장로님들과 골프를 쳤다. 정말 좋은 스포츠다. 자연 풍광과 뷰가 너무 좋았다. 미국인들은 천국에 골프장이 있다면 교회 가겠다는 농담도 한다. 그렇게 미국인들이 골프를 즐긴다.

하지만 지금 난 골프채 대신 탁구채를 잡고 있다. 그리고 월요일이면 가끔 탁구장에 간다. 그곳으로 갈 때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먼저 천국 가신 아버지다. 옥치상 목사님, 인생과 목회의 스승, 아버지의 반이라도 따라가는 아들이 되면 좋겠다. 천국에서 아버지와 탁구 시합 한 번 하면 좋겠다. 교회 안에 탁구장 시설이 갖추어지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탁구장은 아버지가 생각나는 추억의 장소다. “아버지! 잠깐 내려오셔서 탁구 한번 칩시다!” 아들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웃는다.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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