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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말재주

기사승인 2021.09.16  12: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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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말재주가 있다는 말은 "언변이 좋다"라는 말과 함께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진실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꼼수와 잔재주를 부린다는 뜻을 내포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따뜻함은 없고 유능함만 있는 것이다. 확실히 부정적 어감을 담고 있다. <어른답게 말합니다>에 나오는 글귀다. 이 책의 저자는 7년간 대통령의 글쓰기로 먹고 살았다. 그가 강조하는 어른답게 말하는 방법은 첫째,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진심과 일관성이다. 둘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본보기, 위로와 깨우침이다. 셋째, 징징대고 어리광부리지 않는다. 감정 절제와 의젓함이다. 넷째, 나답게 말하기다. 말이 거칠거나 투박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더불어 자기 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이다.

목사는 평생 말로 먹고 사는 업이다. 말로 교인들을 가르치고 설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업이다. 이 업을 천직과 소명으로 받은 자들이다. 그러니 목사와 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평생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설교는 목사에게 영광이지만 반면에 고통의 시간이다. 한 편의 설교 작업은 정말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창의성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는 고된 육체와 정신의 노동이다. 이 설교에 부름 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나는 지금도 강단에 설 때마다 두렵고 떨린다. 혹시 실수할까봐, 주님의 말씀을 잘못 전할까봐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래서 가능한 원고 설교에 충실하려고 한다. 전달 기술이 부족해도 진심이 통하는 것이 설교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 옥광석 목사

설교 잘 하는 목사, 설교의 언변과 재주가 좋은 목사보다 진실하고 맘이 따뜻한 목사가 되었으면 한다. 간혹 설교를 듣다보면 과장된 예화, 객관성이 결여된 이야기, 논리와 설득의 부재, 임기응변, 불필요한 세상 이야기, 지나친 유머, 꼼수와 잔재주가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설교는 진실하며 지극히 성경 중심적이다. 간혹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설교를 진실 되게 전하기보다 재주를 부려가며 전하는 설교를 간혹 본다. 유능함만 있고 따뜻함이 없고, 진실마저 결여된 설교다. 확실히 불편한 설교다. 설교 뿐 아니다. 현란한 말재주로 점철된 대표 기도도 있다. 대표 기도는 짧은 게 좋다. 설교도 마찬가지다.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와 설교가 되기 싶다. 진실성이 결여되기 싶고, 가식이 될 가능성도 많다. 어느 성인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말로 꾸며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아첨으로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 강원국은 말한다. “말재주는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박식하지 않아도 되고, 청산유수 같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말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상대를 위한 따스한 마음이 있으면 된다.” 설교와 기도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산상보훈의 중에 한 구절이 떠오른다. “또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마 7:5)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마 7:7)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자꾸 사람을 의식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외식하게 된다. 자기 의와 재주를 드러내게 된다. 말을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미려고 한다. 또한 말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유혹이 있다. 우리의 기도와 설교를 한 번 점검하자. 진실과 따스함이 여전히 담겨져 있는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지? 교회 안에서 행하여지는 공식적인 말에 대한 점검이 코로나 시대에 한 번 쯤 필요하지 않을까? 교회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른은 무엇보다 행실과 말이 남달라야 한다. 계속 성장해야 한다. 어른은 그래야 한다. 말 성장이 멈춘 어른은 더 이상 어른이 아니다.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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