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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김은국의 <순교자>

기사승인 2024.03.28  07: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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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평양제일노회장·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 옥광석 목사

이 책은 내가 읽은 책 중의 최고였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한국 전쟁 직전 평양에서 14명의 목사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서울 수복 이후 북진하여 국군이 평양을 점령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재수사가 진행된다. 국군 방첩대에 따르면 그중 12명은 처형되었으나 2명은 살아남았다. 신 목사와 한 목사였다. 왜 그들은 제외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 둘뿐이었을까? 살아남은 신 목사는 주장했다. 처형된 12명은 순교자였다고.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서 죽게 된 것이라고. 과연 그랬을까? 아니면 목격자의 증언처럼 다른 목사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저버리고 목숨을 구걸한 배신자였을까?

평양 시내 모든 교인은 이제 12명의 목사 추도식을 엄숙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를 순교자로 추앙하면서. 하지만 살아남은 두 목사는 의심받았다. 배교자요, 배신자라고. 하지만 신 목사는 그 따가운 의심의 눈총 가운데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묵묵히 교회를 지켰다. 추도식까지 준비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던 육군 방첩대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살아남은 두 목사 중 한 목사는 북한군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다가 미쳐 버렸다. 신 목사는 오히려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 살았다.
 

▲ 옥광석 목사와 동도교회 은퇴장로회 부부

포로로 잡힌 북한군 정 소좌의 증언이었다. 그는 말한다. “난 당당하게 싸우는 걸 좋아해. 그자는 용기가 있더군. 내 얼굴에 침을 뱉을 만큼 배짱 있는 친구는 그자 하나뿐이었어. 난 내게 침을 뱉을 수 있는 자를 존경해. 그래서 그자만은 쏘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나머지 12명의 목사는 모두 자신의 신과 신앙을 부인해 죽였다는 증언이었다. 젊은 한 목사는 미쳐서 살려주었다고.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의 장편소설 ≪순교자≫의 내용이다.

펄 벅은 ≪순교자≫를 극찬했다. 신에 대한 의혹과 고뇌를 다룬 이 어려운 작업을 김은국이 해내었다고.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후보작에 올랐었다. 오래전, 이 책을 접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가 있었다는 것에 가슴 뿌듯했다.
 

▲ 옥광석 목사와 동도교회 성찬부원

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처럼 보이는 세상. 산 자가 죽은 자 같이 보이는 세상. 자기를 믿어 달라며 호소하는 자가 가짜 같고, 침묵하는 자가 진짜 같아 보이는 세상. 일등이 꼴찌 같고, 꼴찌가 일등 같아 보이는 세상. 겉은 화려한데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세상.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었는데 진실이 없어 보이는 세상.

말의 부도와 수표가 남발하는 세상. 돈과 권력의 집착과 욕망으로 취해 버린 세상. 법치가 무너진 세상. 돈과 권력만 있으면 법을 초월하는 세상.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세상. 궤변과 내로남불. 정치인은 많은데 참 정치인 찾기가 힘들다. 자신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나라를 관리하고 국회에서 법을 만들겠다는 자들이 많다. 정의와 진실 규명을 위해 올바르게 살고, 이 진실에 헌신하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 노회장 옥광석 목사, 직전노회장 이성회 목사(좌측부터)

나라는 4.10 총선으로 떠들썩하다. 교회는 고난주간을 통과하고 있다. 은 30냥에 스승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붙잡혀 온 예수와 그분의 침묵. 예수를 시기하여 죽이려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 이들에 말에 맹종하여 예수를 고통스럽게 만든 무지한 무리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묵상 중이다.
 

▲ 레베카옥과 친구들 작품

또한 어떤 인간 군상을 이번 총선에서 뽑아야 할지 기도 중이다. 베드로와 유다의 배신이 나의 배신이 되지 않기를.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자, 나라를 파는 배신자, 돈과 인기와 자기 자랑과 권력의 욕망으로 가득 찬 배신자. 나라의 돈만 빼먹으려고 혈안이 된 배신자. 교회와 성도를 팔아먹고 속이고 등쳐먹는 배신자. 이웃을 속이고 등쳐먹는 배신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고난주간 새벽에 예배당으로 나와 기도에 몸부림친다. 진짜 순교자의 길을 간 신 목사와 같이 되려고 몸부림을 친다. 신 목사와 같이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베드로와 유다와 같은 배신자는 되지 말자고 고난주간 새벽 기도에 몸부림친다.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저작권자 © 합동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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